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과 정면충돌하는 개편안에 대해 외국계 투자은행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한국의 세제 개편은 증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정반대라며 신흥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자산 비중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고, CLSA는 ‘Yikes, tax hikes(이런, 세금 인상이라니)’라는 보고서를 통해 “설령 국회에서 일부 수정되더라도 시장의 단기적 실망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정책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며 투자자 유의를 당부했다.
그런데도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등은 “대주주 기준 변화와 주가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며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외면하고 있다.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아예 개인의 농간에 당·정부가 흔들려선 안 된다며 이 사안을 이념 문제로 치환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 같은 ‘신념 정치’가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무지와 맞물릴 경우 그 대가는 애꿎은 대다수 국민 몫이 된다는 점이다. 대주주를 겨냥한 이번 세제개편은 겉으론 부자 과세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시장 전체의 유동성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개편안 발표로 지난 1일 증발한 시가총액만 116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1차 민생 소비지원금 8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잠재소비 여력을 줄인 셈이라는 유안타증권의 분석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증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로 작동하는 복합 생태계다.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 개편은 개혁이 아니라 실책일 뿐이다. 신념이나 이념이 아니라 실용과 전문성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정책도 살아나고, 시장도 회복된다. 세제개편 방향을 재검토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