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눈 ‘레이더’… 집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장치될 수 있어”

입력 2025-08-06 00:16
권현구 기자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센서 기술이 도로 인프라, 헬스케어 등 생활 공간 전반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흐름을 선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레이더 솔루션 기업인 비트센싱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비트센싱 본사에서 이재은(사진) 대표를 만나 레이더와 연관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센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보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비트센싱의 핵심 기술은 4D 이미징 레이더다. 기존 3D 레이더에 고도(z축) 데이터를 더해 객체의 거리·속도·방향·높이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기존 레이더는 고가도로든 쓰러진 트럭이든 모두 ‘정지 물체’로 인식해 무시해왔다”며 “4D 이미징 레이더는 높이 정보를 바탕으로 도로 구조물과 위험 요소를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를 비롯한 센서는 자율주행의 핵심 안전장치다. 현재 자율주행차 센서로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가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두 방식 모두 악천후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카메라 기반의 테슬라 차량을 운전 중인데, 안개가 짙거나 폭우가 내리면 오토파일럿이 꺼지고 수동 운전하라는 알림이 뜬다”며 “전자파를 활용하는 레이더는 빛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가격도 라이다보다 수십 배 저렴하다”고 말했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조합하면 자율주행에 최적인 센서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창업 전 자동차 부품사 HL 만도에서 국내 최초로 차량용 레이더 개발과 양산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2015년 영종대교 106종 추돌 사고를 접한 후 개별 차량 센서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느꼈고, 도로 인프라 차원의 레이더 솔루션 개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비트센싱 창업 후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 ‘TraXight’를 개발하며 교통 인프라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카메라·레이더·AI 융합 센서 ‘TIMOS’와의 호환성을 바탕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AI 기반 신호 최적화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ITS(지능형교통체계) 솔루션이다. 현재 천안논산고속도로 전 구간에 걸쳐 100대 이상의 센서가 설치돼 있고, 지난해부터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헬스케어 영역으로도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차량 내 아동 방치 사고를 막기 위한 CPD(Child Presence Detection) 레이더 기술을 수면 분석 센서로 발전시켰다. 비접촉 방식으로 사용자의 호흡 등 생체 신호를 감지해 수면의 질을 분석하고, 재실 여부 확인과 건강 상태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요양시설에 수천 대가 도입돼 실효성을 입증 중이다.

비트센싱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와 차세대 레이더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도 유치했다. ‘TraXight’는 CES 2025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비트센싱의 비전은 ‘어디에나 있는 레이더로 더 나은 삶을’(Radar Everywhere, Better Life with Radar)이다. 이 대표의 말이다. “도로 전체를 레이더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교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도 레이더가 나를 지켜주는 장치가 될 수 있죠. 비트센싱은 누구나 레이더 하나쯤은 곁에 두고 그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꿈꿉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