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방송3법’ 중 방송법 개정안을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이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처음 펼쳐진 국회 대치다.
민주당은 5일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방송법을 강행 처리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나머지 방송2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법안 상정→필리버스터 신청→필리버스터 강제 종료→표결 강행’의 무의미한 도돌이표만 반복될 전망이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20건의 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이 가운데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등 5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비쟁점 법안 15건을 먼저 표결한 뒤 쟁점 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올렸다. 당초 여당 내에서는 5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노란봉투법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이날 의원총회를 거치며 기류가 급변했다. 언론 개혁을 강조한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필리버스터 첫 발언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민주노총 일자리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 개혁인가”라며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 달라”고 주장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수를 확대하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결국 여권에 유리한 방송 지형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신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곧 ‘강제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강제종결 동의서가 제출되고 24시간이 지나면 투표(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로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다. 나머지 의원들은 대부분 본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을 지킬 당번을 정하고, 국회 경내 비상대기령도 내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