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삼중고를 우려하며 초긴장 상태다. 여권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가 임박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 사망 산재사고를 강하게 질타하며 엄벌 기조에 들어섰다. 수년간 이어지던 건설경기 침체 역시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4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송3법을 먼저 올리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따른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서다.
노란봉투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개념을 확대했다. 하청노동자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업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해석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나설 수 있어 공정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많아 일일이 다 교섭을 행사하면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고용 연속성이 떨어져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현 정부가 친노동 기조여서 우려가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 안전사고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노동자 안전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구조적 문제로 고심이다. 건설노동자의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비중 확대가 안전사고와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노동자 사망자(486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251명이었다. 50대(150명)를 포함하면 82%에 이른다.
건설업 기피 현상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비중 증가도 산재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은 2022~2024년 9.7→10.5→12.3%로 매년 늘었다. 대형건설사들은 인공지능(AI) 번역기 등을 현장에 도입하며 안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소음이 크고 공사기간 압박이 있는 건설현장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재 사망자 약 80%가 안전보건 역량이 떨어지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집중돼있고, 고령·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건설경기 침체 돌파구도 보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 시계열상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고, 1956년(-6.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내수 출하량도 1888만t에 그쳐 1992년 1976만t 이래 33년 만에 처음으로 2000만t대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7.4%(399만t) 감소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