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0주년 TV홈쇼핑, ‘구시대적 규제’에 역성장

입력 2025-08-05 00:22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은 TV홈쇼핑업계가 낡은 규제의 틀에 갇혀 정체 상태다. 유통업체이자 방송사업자라는 이중 지위로 양쪽 규제를 모두 받는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다. 자유로운 온라인 유통망을 타고 급성장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1인 미디어의 맹추격도 감당해야 한다. 달라진 미디어·유통 환경에 걸맞은 정책 변화가 촉구되고 있다.

4일 방송심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는 광고와 판매에서 다각도로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식이다. 정부의 모유 수유 권장 정책에 따라 조제분유·우유·젖병 등은 TV홈쇼핑에서 판매할 수 없다. 흡연·주류 관련 상품도 마찬가지다. 상품 설명을 한 줄 넣을 때도 방심위, 공정위, 식약처 등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비용을 높이는 작업 환경이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라방)에서는 석류즙을 ‘갱년기 증상 완화’, 마사지기를 ‘노폐물 제거’로 광고해도 명확한 제재 근거가 없어 허위·과장 광고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식약처는 최근 두 달간 네이버·카카오·쿠팡에서 진행된 라방을 점검해 부당 광고 29건을 적발했다. 대부분은 특정 질병 및 의약품의 효능을 내세운 표현이었다.


TV홈쇼핑 사업자는 7년 주기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콘텐츠 윤리성과 광고 표현의 적정성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업계는 “최근 재승인 주기가 5년에서 7년으로 늘어서 그나마 낫지만 30년 전 구시대적인 제도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책 논의에서도 홈쇼핑은 뒷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실효성 있는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엔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로 CJ온스타일 방송이 3개 케이블TV에서 21일간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통합미디어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홈쇼핑은 또다시 소외됐다. 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가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방송·콘텐츠 미디어 국정과제 제안서’에는 홈쇼핑을 둘러싼 차별적 규제나 라방과의 형평성 문제는 빠져 있었다.

기형적인 비용 구조도 문제다. 지난해 7개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은 2조2468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줄었지만, 방송사에 납부한 송출수수료는 1조9364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73.3%에 이른다. 4년 전(49%)보다 2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TV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라방 규제 강화보다 홈쇼핑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이 홈쇼핑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