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모인 해외여행 채팅방, 실상은 원정 성매매 알선 창구

입력 2025-08-04 18:59

카카오톡 메신저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에서 동남아 지역 성매매 알선 정보가 노골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참여자가 최대 2000명에 달하는 채팅방에는 현지 유흥업소 예약부터 업소 여성 사진 공유, 마약류 판매 등 범죄성 짙은 게시물이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초성만을 활용하거나 현지어 홍보전략으로 플랫폼업체의 제재를 교묘하게 피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베트남·태국 여행 정보방, VIP 남자방 등 메신저 채팅방에서는 현지 불법업소나 VIP 마사지 등 서비스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실장이라 불리는 현지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업소명과 연락처를 홍보하며 1대 1 채팅을 통한 예약을 유도했다. 구글맵에는 이들 업소에 대한 한국어 후기도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현지 클럽이나 유흥업소의 동행을 모집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업소 여성 얼굴이나 신체 사진을 공유하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번 여자가 좋았다’는 식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예민한 단어는 초성이나 현지어로 표기해 플랫폼의 금칙어 필터링을 피하고 있다. 노출 사진은 공유 직후 삭제하는 방식으로 은밀한 정보가 유통되는 방식이다.

텔레그램에서는 성매매 알선을 넘어 마약류 유통 정보도 공유했다. 일부 채팅방에서는 ‘해머 캔디’ 등 수입이 금지된 발기부전 치료제와 ‘풍선’으로 불리는 마약류 정보가 공공연하게 떠돌았고, 업소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마약을 택배배송 등으로 판매하는 계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용자 중에는 마약을 한 뒤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메신저 플랫폼들은 나름의 제재 규칙을 통해 불법 정보를 걸러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오픈채팅방 대화 내용은 기술적·정책적으로 열람이 불가능해 채팅방 참여자의 신고를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성매매 정보 공유가 확인되면 해당 채팅방과 방장에 대해 영구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칙어 범위를 이용자 사용 패턴에 따라 지속 확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역시 “채팅 목적이나 내용을 종합 검토해 심의 및 시정요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팅방이 성매매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용자가 신고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금칙어 모니터링도 초성·은어로 우회하는 방식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속인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 법상 해외 원정 성매매 역시 처벌 가능하다”며 “경찰의 미온적 대처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성구매자들이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