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당 대표가 제1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응당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런 대접과 ‘내란당’이라는 조롱을 자초한 국민의힘의 잘못도 작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계엄 옹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계속 좁아져 왔다. 또 혁신을 둘러싼 내분으로 중도층은 물론 전통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리얼미터와 에너지경제신문이 4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27.2%)은 더불어민주당(54.5%)에 더블스코어로 뒤졌고,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각각 10.1% 포인트, 21.4% 포인트 낮았다.
상황이 이러면 현재 경선이 진행 중인 8·22 전당대회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치러야 하지만 사정은 영 딴판이다. 이번 전대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치르게 됐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해 혁신을 모색해야 하는 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유력 주자들이 극우 세력한테 눈도장 받기에 바쁜 게 지금 전대 풍경이다. 오히려 혁신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내부 총질을 하는 사람’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니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극우 유튜버가 당대표 주자들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할 것인지 입장을 확인하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혁신과는 정반대로 가기에 당 지지율이나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과거 정의당처럼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면 의석이 단 몇 석에 그칠지라도 당의 존재감은 살아나고 국민 지지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107석의 정당임에도 그런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극우 프레임에만 갇혀 몇 달째 표류하고 있다. 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은 고사하고 전통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지만 당내에 위기감이 안 보인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더 늦기 전에 당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전면적인 혁신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유의미한 국정 견제세력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전대가 혁신을 경쟁하는 대회로 치러져야 하고, 종국에는 당을 가장 혁신적으로 바꿀 지도부를 배출해야 한다. 전대마저 과거회귀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지금도 미약한 위상이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구성원 모두 이번 전대가 실추된 당의 위상을 회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