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방일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를 고도화하며 미국의 대중국 견제 행보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정상 간 일정 조율 등 변수들이 남아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일 이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는 ‘노코멘트’ 상황”이라며 “방미 일정이 정해져야 그 앞뒤로 일본 방문 시점에 윤곽이 잡힐 것이고, 그때 일본이 가능한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일은 한·일 관계 개선의 의미를 담을 수 있기에 언제든 좋은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일 정상회담 아이디어는 셔틀외교 재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을 활용한 대중국 포위망 강화를 외교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 대응 중심으로 재조정하는 ‘동맹의 현대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일종의 대미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대중국 견제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은 동북아에서 이웃 국가에 다소 문제(problematic)가 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발언을 내놨다. 또 “중국이 역내 현안에서도 국제법을 준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현재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가 혼자 취할 수 있는 전략 공간이 크지 않다”며 “한·미동맹 관계와 한·미·일 연대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상 ‘미싱 링크’(단절 구간)였던 부분이 한·일 관계”라며 “미국 내 이재명정부의 반일 기류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는데, 한·일 정상회담은 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국내 정치적 입지 강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국방비 인상 등 ‘청구서’만 떠안고 돌아올 가능성이 큰데, 한·일 관계 득점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거에서 연거푸 패하며 퇴진 압박을 받는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도 이 대통령 방일과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국내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고, 무르익은 얘기가 없다”며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동환 최예슬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