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 오브 킹스’가 올해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넘겼다. 이는 대표적 기독영화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국내 최고 흥행 성적에 이은 기록이기도 하다. 개봉 초반 관객 수는 킹 오브 킹스가 두 배 가까이 앞선 터라 기독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의 전일 누적 관객 수는 101만5303명이다. 지난달 16일 국내 개봉 후 19일 만이다. 배우 멜 깁슨이 연출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국내 관객 기록은 총 252만3700명이다. 그러나 킹 오브 킹스는 초반 관객 동원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앞섰다. KOBIS가 발표한 개봉 10일간 누적 관객 수에서 킹 오브 킹스는 52만1655명으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34만8864명)를 크게 웃돌았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발달로 콘텐츠가 넘쳐나며 극장을 찾는 이가 확연이 준 시대에 기독교 소재의 작품이 흥행 성과를 거둔 점은 이례적이다. 실제 2000년대 이후 국내에 개봉한 대표적 기독영화와의 격차는 더 크다.
2014년 개봉한 ‘신이 보낸 사람’과 2019년 작인 ‘천로역정: 천국을 찾아서’는 각각 누적 관객 수 42만 4000여명, 29만 7000여명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킹 오브 킹스가 유일하다. 이전까지 1위는 누적 관객 수 94만314명을 기록한 일본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다.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과 ‘엘리오’가 그 뒤를 이었다.
킹 오브 킹스의 100만 관객 기록은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중 이미 4위 성적이다. 2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유일하고, ‘사랑의 하츄핑’(2024)과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3D’(2012)는 각각 124만여, 105만여 관객을 기록했다.
장성호 감독은 전날 인스타그램에 예수 캐릭터를 그린 종이에 손글씨로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국영화 파이팅! 한국 애니메이션 파이팅!”이라고 적은 사진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내에서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찾은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국내 기술로 만든 K애니메이션이 북미에서 6000만 달러(약 830억원)로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스토리와 기획력이 먼저 기대감을 모았다. 교회 단체관람도 큰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작을 총괄한 모팩스튜디오 측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