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1개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보다 순위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여러 종목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며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대표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5 세계수영연맹(WA) 세계선수권대회를 종합 27위로 마무리했다. 김우민(강원도청)이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유일하게 시상대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남자 자유형 200m와 계영 800m는 각각 4위, 5위에 그쳤다. 종합 8위(금2·은1·동2)에 올랐던 지난해 도하 대회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메달 기대 종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유찬(대구시청)은 남자 자유형 50m 준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21초66)을 세우고 결선에 올랐다. 이주호(서귀포시청)·최동열·김영범·황선우(이상 강원도청)가 나선 남자 혼계영 400m도 결승 레이스를 펼쳤다. 두 종목 모두 한국 수영 사상 첫 결선 진출이었다. 유럽과 북미 선수들 틈에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 나선 한국은 각각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신기록 경신 소식도 이어졌다. 이주호는 배영 200m에서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1분55초대(1분55초70)에 진입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기록(1분55초37)에 다다른 성과다. 조현주(경북도청)도 여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58초10을 기록하며 종전 한국기록을 6년 5개월 만에 0.31초 단축했다.
신예들의 세계 무대 경쟁력도 확인했다. 남자 계영 800m 예선에서 1번 영자로 나선 막내 김영범은 200m 구간을 1분45초72로 주파하며 선배 김우민과 황선우, 이호준를 제쳤다. ‘여중생 에이스’ 김승원(구성중)도 점차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배영 50m와 100m 예선을 통과하는 성과를 냈다.
김효열 총감독은 “출국 전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훈련소 공백기를 가진 황선우와 김우민의 국제대회 감각 회복, 유망주로 주목받는 김영범과 김승원의 실제 기량 파악, 현재 대표팀 어린 학생 선수들의 국제경험 누적”이라며 “이 세 가지 모두 90%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파리올림픽 이후 처음 치른 대형 국제대회다. 특히 지난 대회에 올림픽 준비를 이유로 불참했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28년 LA올림픽까지 큰 대회를 앞두고 경쟁력을 점검할 기회였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철저히 분석해 내년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