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논란 확률형 아이템 본격 규제… 업계, 주요 수입원 상실 우려에 부담감

입력 2025-08-06 00:07 수정 2025-08-06 00:07
Chat GPT·달리

게임 시장에서 사행성 논란을 빚어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게임 업체들은 주요 수입원 상실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되는 법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이다. 이달 초 시행된 게임법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부당 수익을 올린 게임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까진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아이템 획득 확률 오류 사건이 발생하면 게임사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선제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손해의 3배까지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알려졌다시피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작위적 확률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가챠(뽑기)’하는 형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몬스터’를 처치한 뒤 받는 ‘랜덤 아이템’도 확률형 아이템 범주에 포함된다.

게이머들이 문제 삼는 건 0.1% 미만의 엄청난 확률을 뚫어야만 고급 아이템을 얻는 경우다. ‘페이 투 윈(pay to win·이기려면 돈을 써야 한다)’으로 요약되는 이런 시스템은 게임 본연의 즐거움보다는 사행성만 조장한다는 게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화 제도를 만든 지난해 3월부터다. 게임법 시행은 여기에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까지 추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 규모와 피해액, 게임사의 처벌 수위를 관련 부처 장관에게 상세히 묻고 규제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었다.

국회 역시 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나서고 있다. 법률 개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위반에 대한 소송 특례를 만들었고, 게임피해구제 전담센터의 운영 근거도 마련했다. 이용자 스스로 손해액 입증이 곤란할 땐 법원이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손해 규모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에는 이용자 피해 신고 및 구제를 맡은 전담 조직도 가동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이 일종의 ‘도박성 피해자’를 양산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2023년 7월 자율규제 원칙을 발표했다. 스페인과 독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호주는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포함된 게임에 15세 미만에겐 권장하지 않는 M등급 이상을 부여한다.

게임 업계는 국내외의 이 같은 흐름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규제에 반대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서다. 하지만 강도 높은 조치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처럼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장르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 시도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할 대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가 세진 만큼 게임 진흥 방안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게임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근거 마련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한 중견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신이 커진 만큼 관련 규제를 거스를 명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도 “확률 오류의 입증 책임이 게임사에 부과되면서 사업 부담이 상당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게임 산업이 20조원 규모를 넘긴 상황에서 이번 규제로 인해 적어도 역성장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잘 유도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