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자기 무덤 파는 인질 영상에 “심각한 충격”

입력 2025-08-04 18:37
하마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인질 영상에서 뼈만 앙상한 모습의 에비아타르 다비드가 땅굴에서 자신이 묻힐 무덤을 파고 있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 가족포럼 엑스 캡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최근 공개한 생존 인질 2명의 영상에 대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갈비뼈만 앙상하게 남은 24세 이스라엘 남성 에비아타르 다비드가 자신이 묻힐 무덤을 파는 장면 등이 담겼다.

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두 인질의 가족과 통화했다며 “총리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 RC) 이스라엘 대표 줄리엔 레리송에게 가자지구 억류 인질에게 식량과 의료 지원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가자지구에 약 50명의 인질이 억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20명 정도라고 밝혔다.

인질 영상은 이스라엘 안팎에서 강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2일 저녁 텔아비브에서는 수만명의 시민이 모여 정부에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영상에 대해 “끔찍하고 하마스의 야만성을 드러낸다”면서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도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미래에 어떤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규탄했다.

하마스는 ICRC의 인질 접근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전제 조건으로 인도주의 통로 개설 등 가자지구 상황 개선을 요구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