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돌봄도 예배의 일부” 요즘 교회는 운동 중

입력 2025-08-05 03:00
라이프처치 교인들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 심학산공원에서 슬로 러닝을 하고 있다. 라이프처치 제공

해가 저무는 화요일 저녁. 경기도 파주 심학산공원 트랙에 교인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운동복 차림의 중년 여성, 스트레칭하는 청년,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까지. 밤공기를 맞으며 천천히 뛴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 러닝’이다. 달리기보다 느리고 걷기보다는 빠르게, 숨이 살짝 찰 정도의 속도로 800m 트랙을 3~5바퀴 돈다. 파주 라이프처치(유누리 목사)가 지난봄 시작한 모임이다.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을 갖춘 유누리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운동도 신앙도 약간은 불편해야 성장한다”고 말했다. 슬로 러닝을 시작한 뒤 교회 안에는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열풍’도 일었다. 유 목사와 성도들은 정기적인 근력 운동도 병행한다. 유 목사는 “운동을 통해 관계가 깊어진다”며 “건강은 우리 공동체의 언어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전체로 보면 운동은 여전히 낯선 일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중강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실천하는 비율이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고강도 운동(달리기·등산 등)을 하루 20분 넘게 주 3회 이상 하거나 중강도 운동(수영·배드민턴 등)을 하루 30분 넘게 주 5회 이상 실천한다는 응답자는 26.6%에 그쳤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활동 실천율이 떨어졌지만 여성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비슷하게 저조했다. 이런 가운데 걷고 뛰며 신앙을 나누는 교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몸을 돌보는 일이 곧 영혼을 돌보는 일이 된 셈이다.

부천성만교회 여성 성도들이 경기도 부천의 풋살장에서 공을 차는 장면. 부천성만교회 제공

경기도 부천성만교회(이찬용 목사)는 최근 여성 교인 100여명을 18개 조로 나눠 교회 풋살대회를 열었다. ‘골때리는그녀들(골때녀)’이라는 이름의 이 대회는 9월 결승전을 앞두고 예선을 진행 중이다. 팀마다 유치부부터 장년까지 다양한 세대를 한 조에 묶었다.

13조 조원인 최경화(55) 권사는 “처음엔 무슨 축구냐며 말렸는데 막상 뛰어보니 축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며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밝아졌다”고 했다. 고질병인 무릎 통증도 오히려 덜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최 권사와 팀원들은 실내 풋살장을 빌려 연습 경기를 하고 각자 기초 체력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이찬용 목사는 “여성 교인 중에 운동에 흥미가 없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번 계기로 운동에 맛을 들였으면 한다”며 “나아가 운동을 통해 세대 간 단절을 뛰어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광원(왼쪽) 홉트레이닝교회 목사가 PT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부터). 홉트레이닝교회 제공

서울 홉트레이닝교회(윤광원 목사)는 아예 운동과 예배를 같은 공간에서 진행한다. 장로회신학대 출신인 윤광원 목사는 군 복무 중 폐종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나 운동으로 회복했고 이 과정에서 "몸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일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후 운동재활자격증을 따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세계 대회 금메달 2개를 따냈다.

그가 개척한 홉트레이닝교회는 평일엔 퍼스널 트레이닝(PT) 숍으로, 주일엔 예배당으로 운영된다. 회원들과 식습관, 스트레스, 신앙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예배 공동체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교회는 국내 봉사와 해외 선교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선교지에서 건강 회복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고령 성도를 위한 신앙과 운동의 접점을 찾는 교회도 있다. 서울 영안교회(양병희 목사)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 '50만보 영성 걷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루 1만보 걷기를 목표로 교회까지 5000보, 돌아올 때 또 5000보를 걷는 방식이다. 양병희 목사는 "걷는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며 "그 시간에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구원을 묵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 라이트하우스 아산드림교회(조영관 목사)는 오는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유도·호신술 교실을 연다. 유도 선수 출신의 조영관 목사가 직접 지도한다. 조 목사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코치로 활동하다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았고 올해 2월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유도는 다른 무도와 달리 직접 타격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