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대북 확성기 철거… 北도 상응 조치 취해야

입력 2025-08-05 01:10
우리 군이 전방지역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철거를 시작한 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앞 군사 시설물 내 대북 확성기가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어제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지 54일 만이자,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남북 상호 간 비방 방송 중단과 장비 철거가 실현되면,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지난해 파기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야 한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2년 시작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의 맞대응으로 시작됐다. 이후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의 계기였으나, 2010년 천안함 피격, 2015년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2016년 4차 핵실험 등은 대북 방송 재개의 명분을 제공했다. 북한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모든 선전 활동을 중지하기로 한 합의(2004년 6·4 합의, 2018년 판문점 선언)를 번번이 깨고 대남 비방 방송 재개를 되풀이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내용을 접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별다른 콘텐츠 없이 큰 소음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불면증과 스트레스 등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북한은 이재명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6월 12일부터 대남 소음방송을 중지하는 등 일정 부분 호응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더 이상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상호주의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되 일방적인 구애는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