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를 중국에선 ‘부추’(잘라내도 계속 자라난다고), 일본에선 ‘메뚜기’(시장 흐름에 휩쓸려 우르르 몰려다닌다고)라고 한다. 미국의 ‘유인원’과 브라질의 ‘정어리’도 거대 자본에 휘둘린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개인 투자자라고 계속 당하란 법은 없어서 이들이 시장에 임팩트를 줄 때면 ‘로빈후드’(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미국 개인 투자자)나 ‘닌자아리’(대규모 매도 세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일본 개인 투자자)처럼 다른 표현을 찾곤 했다.
한국의 ‘개미’는 작고 약하다는 부정적인 뜻에서 비롯됐지만, 그런 개체들이 효율적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개미의 군집생활에서 보듯 긍정적 의미로 반전될 여지를 갖고 있었다. 개미의 투자를 달리 보기 시작한 건 2020년 팬데믹 초기였다. 거대 자본의 투매에 맞서 개미들이 매수세를 주도하며 시장을 지탱하자 ‘동학개미운동’이란 말이 생겨났다. 개미가 뭉쳤을 때의 힘을 개미도 절감한 이때를 기점으로 그들의 목소리는 부쩍 커졌다.
2021년 공매도 재개 방침은 불공정 제도라는 국민청원에 개미 수십만명이 참여하면서 일부 종목에 국한토록 수정됐다. 같은 해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저조한 주가에 화가 난 개미들이 “우리도 주주다”를 외치며 의결권 행사 운동을 벌여 국내 최대 기업을 긴장케 했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해 도입이 확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는 기관보다 개인에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거센 반발 속에서 시행 유예를 거쳐 2024년 결국 폐지됐다.
과거 정경유착과 주가조작이 만연해도 별 얘기 못하던 개미들이 이런 제도적 불공정에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은 개인 투자자가 그만큼 많아졌고,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한 집단화가 수월해졌고, 공정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주 주가 폭락에 10만명을 훌쩍 넘어선 세제개편안 반대 청원은 ‘개미의 진화’를 말해주고 있다. 요즘 개미는 침묵하지 않는다. 말하는 개미, 따지는 개미, 시장의 공정성에 무척 예민한 개미의 시대가 됐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