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30년 “고립 넘어 연대로 가야”

입력 2025-08-05 03:03
캄보디아 선교 28년차 김항철(왼쪽) 선교사와 캄보디아 구세군 선교 총괄 김홍수 지역관이 최근 캄폿에서 국민일보와 각각 만나 현지 선교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0여년 전 40대였던 A선교사가 복음의 씨앗을 심겠다는 열정 하나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다. 그는 먼저 온 선배들의 지혜를 구하고자 직접 찾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후원 교회는 있습니까’ ‘땅 살 돈은 있고요’ 같은 냉담한 질문뿐이었다. 기존 방식에 기댈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맨땅에 헤딩하듯 현지 청년들과 사역을 개척해 어렵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신과 달리 조용히 사라지는 후배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A선교사는 은퇴를 앞둔 지금 어렵게 쌓은 노하우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막막해하고 있었다.

이 선교사의 고립감은 최근 국민일보가 캄보디아 프놈펜과 캄폿주 현지에서 만난 여러 선교사가 공통으로 토로하는 문제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새로 온 선교사가 맨바닥이 아닌, 30년 역사 위에 서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2024 한국선교현황 보고’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지난해에만 45명의 신규 선교사가 파송된 최상위 선교지 중 하나로 특히 50대 신규 파송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택한 국가다.

“고립된 섬 연결하자”…경험을 자산으로

주캄보디아 한인선교사회(KMAC) 김태권 회장은 “선교사 간의 연합과 소통, 전략의 부재로 인한 중복 문제가 심각하다”며 “각개전투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2003년 자비량 선교사로 캄보디아에 와 2011년 아시아복음선교회(AGM) 선교사가 된 이후 프놈펜과 따께오 등에 거룩한교회를 개척했다.

28년간 캄보디아에서 사역해 온 김항철 선교사는 선배의 순교 헌금을 기반으로 세운 ‘오형석기념센터’를 중심으로, 선교사들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 허브 구축을 제안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으로부터 파송받은 김 선교사는 이 센터를 통해 현지 교회 개척과 지도자 양성 사역을 펼쳐온 캄보디아 선교 역사의 산증인이다.

캄보디아 구세군 선교를 총괄하는 김홍수 지역관 역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과거 선교단체 내부의 모습이 선교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처럼 느껴져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선교의 더 큰 확장을 위해 건강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 지역관은 “뜻이 맞는 이들이 함께하자는 진정성 있는 제안이 온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선교 현장에서 한국교회에 보내는 제언

캄보디아 선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교회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여러 차례 파송 교회가 바뀌는 경험을 거쳐 현재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는 김 회장은 “필요하지 않은 건물을 세우고, 의미도 알지 못하는 한국교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후원교회가 바뀔 때마다 교회 이름이 바뀌는 불행한 일도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는 선교사를 초청하여 그 선교지의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사역이 필요한지 들어주는 여유가 있기를 부탁한다”며 “한국교회가 뒤에서 선교사를 조종하는 순간, 선교지에서의 연합과 동역은 일어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프놈펜·캄폿=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