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마지막 편지

입력 2025-08-05 03:03

일 년 반 동안 암 투병을 하던 그가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 상태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홀로 움직이기 어려워 집에 누워 있다고 했다. 절망스러운 마음에 나는 그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한참 생각했다. 나는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일 년 전에 친구로부터 우연히 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아침마다 그를 위해 기도해왔다. 신앙이 없는 그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고민 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짧은 편지를 써서 친구 편에 전달했다. 이런 내용이었다. ‘당신은 많은 이들에게 축복이었습니다. 사랑의 하나님이 당신을 통해 많은 이들을 도왔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감사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세요.’

하나님은 우리를 세상을 축복하는 사랑의 도구로 사용하시는데 그도 틀림없이 사용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이 사실을 믿고 살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행복했을 텐데. 나는 오늘도 그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이 오기 전에 사랑의 하나님을 만나 병상에서 세례를 받고 그분의 품에 안기는 아름다운 마무리의 기적을.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