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학 시대의 예측의학

입력 2025-08-05 03:07

팝가수 셀레나 고메즈는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를 진단받고 수년간 피로와 관절 통증, 면역억제제의 부작용 속에서 지냈다. 그는 자가항체 수치와 단백뇨 등 신장 기능 생체 지표(바이오마커)를 정기적으로 추적했는데 그 결과 루푸스 신염으로 신부전이 본격화되기 전 신장이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치료를 넘어 삶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억만장자 숀 파커는 어린 시절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알레르기 발작과 만성 면역과민증을 겪었다. 에피네프린 주사기를 매일 소지하지 않으면 외출이 어려웠고 일상적인 환경 자극에도 과민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가 면역학 기반의 예측 치료 기술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정밀 면역항암 치료 후 모델의 한계를 재고하게 했다. 그의 병력은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모델의 귀중한 임상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질병 발현 이전에 위험을 감지해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는 개입을 설계하는 예측의학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재생의학과 결합하면서 생체 회복력과 조직 반응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치료의 성공 가능성까지 판단하는 의학적 설계 도구로 진화 중이다.

예측의학은 기존 의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확장 플랫폼이다. 전통적 진단 및 치료 알고리즘을 보완하고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대사적·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치료 성과를 향상하는 통합형 의학의 형태다.

예측의학은 유전자를 읽는 기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연골 상태를 살피기 위해 기존의 MRI 영상과 관절 내시경으로 진단해왔다. 이 방식에 혈액 내 연골 분해 바이오마커(MMP-13 등)를 분석하고 AI 기반 영상 데이터를 통합해 재생 치료의 반응 가능성과 속도를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전통적 의학과 예측의학이 충돌 없이 융합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현재 의학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5P 의료’(5P Medicine)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예측의학(Predictive)은 질병 발생 가능성과 치료 반응을 사전 분석하고, 예방의학(Preventive)은 위험 요인을 조기에 제거하거나 질환 진행을 늦추며, 맞춤의학(Personalized)은 개인의 유전 정보와 생체 지표, 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개입을 제공한다. 정밀의학(Precision)은 분자 수준의 진단과 개별 치료 반응성을 고려한 정밀한 치료를 가능케 하며, 참여의학(Participatory)은 환자가 정보에 기반해 치료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실제로 유방암에서는 항암 치료의 필요 여부를 예측하는 온코타입검사(Oncotype DX) 등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에선 AI 기반 영상 분석 모델이 위험도 평가에 적용되고 있다. 신경 질환에선 전기 생리학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췌장 기능 저하를 조기 발견해 인슐린 치료 시점을 조정할 수도 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겐 항체 수치와 유전자 소인을 기반으로 장기 손상의 가능성을 미리 평가하는 접근이 활용된다.

이제 의학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언제 개입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정밀한 시간 설계의 과학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엔 알 수 없던 걸 오늘은 알 수 있고 내일은 더 정밀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 의학이 가진 새로운 힘이자 재생의학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