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방송3법, 상법 등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맞대응 카드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꺼냈다. 여야가 입법 갈등으로 필리버스터 대치를 연출하는 건 1년 만이다. 다만 의석수 격차로 거대 여당의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없어 야당 내에선 무력감이 감지된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법안을 우선 처리한 뒤 노란봉투법, 방송3법, 2차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안별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법안 통과를 막을 계획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3일 “각 법안 직속 상임위 중심으로 토론을 담당하고 연계된 다른 상임위 위원도 참여해 측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법안 저지 총력전에 나섰다. 지도부는 상임위별 ‘지킴조’ 명단을 만들어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의원이 본회의장을 지키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 전후 규탄대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5개 법안에 관한 토론 준비는 다 된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첫 순서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주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열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며 여론전을 펼치고, 그동안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나간다는 구상이다. 원내 관계자는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법안 처리에 대항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노란봉투법은 악법 중 악법이라고 보고 있어 일부 조항을 보완할 방법을 민주당과 물밑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180석 이상 의석을 보유한 범여권의 법안 통과 자체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힘이 4일부터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면 7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5일까지는 쟁점 법안 중 1개 법안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바로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나머지 쟁점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무용론도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신임 당대표는 ‘야당과 악수도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전에도 민주당의 일방 독주에 대응할 카드가 많지 않았는데 더 강경한 대표가 선출돼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