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디테일 싸움… 美 “쌀 역사적 개방” 韓 “추가 개방 없다”

입력 2025-08-03 18:4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미국의 ‘한국 쌀의 역사적 개방’ 주장과 정부의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 엇갈리며 농산물 개방에 대한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합의가 큰 틀에 머문 만큼 향후 세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3일 “이번 합의는 국가 간 행정협정으로 향후 문서화 과정에서 세부 조건과 품목이 어떻게 조율되느냐에 따라 국익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 입장이 다른 부분들은 정상회담 전 실무·장관급 협의에서 조율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담 후 양측의 말이 다른 대표 분야가 농산물이다. 미국은 협상 직후 “한국이 자동차와 쌀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약속했다”고 강조했지만 우리 정부는 “쌀 시장 추가 개방은 전혀 논의된 사실이 없다”며 미국 측 주장을 ‘정치적 수사’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후속 협상 의제로 ‘농산물 검역 단계 개선’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등 미국이 지적해온 비관세 장벽이 다뤄질 수 있다. 정부는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따라 농산물 수입 검역을 국민 건강권 및 생태계 보호 등을 이유로 병해충 위험 평가를 포함해 8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 검역 단계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LMO도 정부 승인을 받으면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수입할 수 있어 추가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대미(對美) 투자펀드 및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여부도 후속 논의 과제로 꼽힌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합의는 큰 틀만 잡혔을 뿐 세부 사항은 대부분 미정인 상태”라며 “특히 펀드는 조성 규모, 투자처, 수익 배분, 투자 기간 등 구체적인 사안을 앞으로 더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회담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협상 카드를 꺼내는 만큼 회담 과정에서 협상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장 원장은 “미국은 언제든 대통령 재량권을 내세워 관세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협상의 구속력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