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원 쏘니.”
전반 7분과 후반 77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의 응원가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손흥민이 등번호 7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6만4773명의 관중은 한목소리를 냈다.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을 마치는 손흥민은 이날 한국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손흥민은 이날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관중석은 손흥민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차 새하얗게 물들었다. 아버지 손웅정 감독과 국가대표팀 후배 이강인도 경기장을 찾아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를 지켜봤다. 경기 후반 교체 아웃돼 동료들의 인사를 받으며 벤치로 물러난 손흥민이 눈물을 보이자 관중들도 함께 슬퍼했다.
손흥민은 한국 팬들에게 토트넘과의 이별을 직접 알렸다. 그는 경기 전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말씀드릴 게 있다”고 입을 뗀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꺼낸 말이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제가 이룰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게 컸다.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부터 숱한 이적설에 휩싸여 온 그는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10년간 공식전 454경기를 뛰면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23골)에 올랐고, 2020년 번리전에서 보여준 70m 질주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도 받았다. 올해 5월엔 주장 완장을 차고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손흥민은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팀에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며 “10년 전 팀에 처음 왔을 땐 영어도 잘 못 하던 소년이 남자가 돼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도 “단순히 10년을 보낸 게 아니라 환상적인 10년이었다”고 말을 보탰다.
10년간 한 팀에 헌신한 ‘레전드’를 향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이날 토트넘의 브레넌 존슨은 전반 4분 선제골을 터트린 뒤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다. 영국 매체 디애슬래틱은 “그의 이적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스카이스포츠도 “단순히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 EPL의 레전드”라고 치켜세웠다.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로는 내년 북중미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리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손흥민도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제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제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