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협상을 마치면서 지난 6개월간 지연됐던 ‘관세 후폭풍’이 미국 전역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불안감도 커져 “오르기 전에 사자”며 사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관세 악영향이 원자재부터 소비재 상품에 이르기까지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기 시작했다”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인플레’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이달부터 식품과 의류, 생활용품 등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생활용품 대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텀블러 제조사 스탠리, 공구·가전회사 블랙앤데커, 전자제품 할인점 베스트바이,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 등은 이미 올린 상품 가격을 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가구와 장난감, 가전제품 등 미국 소비자들이 수입산에 크게 의존하는 상품은 지난 6월 말부터 계속 가격이 오르는 중이다.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제조업 기업 일부는 사업 축소에 나서는가 하면 폐업까지 고려하는 업체도 있다. 아동용 의류업체 카터스의 리처드 웨스턴버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안 그래도 마진이 적은 의류업에서 채산성이 더 악화될 게 뻔한 상황”이라며 “관세 요인이 항구적으로 발생한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버토 카발로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3월 이후 수입상품 가격은 평균 3% 정도 오르는 데 그쳤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똑같은 상품의 가격이 매주 오르는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예일대 예산연구실(TBL) 자료를 인용해 이번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평균 유효 관세율이 올해 초 2.5%에서 7개월 만에 18.3%로 뛰어올라 1934 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예일대 TBL은 관세 인상에 따라 미국 물가가 단기적으로 1.8%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가구당 수입이 2400달러(330만원)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에서 수입되는 신발과 의류 가격이 단기적으로 각각 40%, 38% 폭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마치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인 양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수입업체가 관세를 내는 것이고 이는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배리 애플턴 뉴욕법학전문대학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관세는 소비세의 일종이라 저소득층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며 “많은 측면에서 (미국은 물론 교역국) 전부가 패배자”라고 평가했다.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대 승리자는 트럼프이고 미국 소비자들은 큰 패배자”라고 잘라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