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변압기 업체 A사는 최근 에너지기관의 효율 인증 시험을 받기 위해 8t에 달하는 대형 변압기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시험기관까지 옮겨야 했다. 시험기관의 시험용량을 초과하는 변압기의 경우 더 먼 곳에 위치한 시험기관까지 가야 한다. A사 관계자는 “이동 중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이고 물류비·인건비 부담, 이동 시간에 따른 납기 지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처럼 제조현장의 획일적인 규제 사례를 찾아 55건의 합리화 과제를 선정해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변압기 회사가 자체 보유한 시험 설비로 공인 인증기관 담당자 방문 하에 인증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탄소중립 관련 기업 B사는 새로 개발한 대기오염물질 저감 설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 설비를 설치하려 했다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3~6개월 테스트 후 해체할 설비인데도 설치 전 허가·변경신고, 배출량 예측자료, 연간 유지관리계획서 등 상용 설비와 똑같은 서류를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에서 경직적으로 적용되는 ‘산단입주업종 제한’ 문제도 지적됐다. 세탁물 공급업은 염색업과 밀접한 업종이지만 ‘세탁 공급업은 서비스업이며 서비스업은 산업단지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규정 탓에 산단 입주가 차단돼 있다. 세탁물 공급업의 산단 입주가 허용되면 산단의 공실 문제, 세탁공장의 입지 애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공장부지가 많은 산단 내 직장어린이집 건설을 가로막는 규제도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영유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이격 거리(50m) 기준은 위험시설 외벽이 아닌 ‘공장부지 경계선’이다. 대한상의는 근로자의 보육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공장 전체가 아닌 실제 위험시설을 기준으로 이격 거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인공지능(AI) 전환을 앞두고 제조업은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다”며 “제조현장의 규제 환경도 속도감 있게 합리화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