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뀐 민주당… “당원들에게 의원 말 안먹힌다”

입력 2025-08-04 00:0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전남 나주 노안면 오이 농가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수해를 입은 호남지역을 찾아 복구 활동을 하고 피해 상황을 살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8·2 전당대회 승리는 민주당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체질이 변화했음을 극명히 드러내는 결과로 평가된다. 박찬대 후보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에서 우세했지만 정 대표는 당원 표심에서 더블스코어로 박 후보를 따돌렸다. 당 내부에선 “(당원들에게) 의원들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2일 열린 민주당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 권리당원 투표 결과에서 정 대표는 약 42만표를 획득해 득표율 66.8%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약 21만표를 얻으며 권리당원 표심을 33.52% 확보하는 것에 그쳤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 입김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대의원 투표에서 6951표를 얻으며 정 대표(6142표)를 앞섰지만 전체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내내 이재명 당시 대표와 호흡을 맞추며 당의 2인자로 각인했다. 전당대회 초반에는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은 박 후보에 있다”는 말까지 돌며 현역 의원들의 공개 지지도 많았다. 그러나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이 높았던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는 정 대표를 당해내지 못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결과로 우리 당이 당원 중심 정당이란 게 확실히 드러났다. 의원들이 그렇게 많이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안 되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의 말이 별로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당헌 개정에 나서며 당원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강화해 왔다. 국회의원의 조직력보다 일반 당원의 목소리가 더 힘을 내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도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15%로 줄이고, 권리당원 비율은 과반인 55%로 설계했다.

당내에서는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강성 당원 마음을 소구해 온 정 대표의 강성 메시지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와 박 후보 모두 야당을 겨냥해 완전한 내란 종식을 천명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당원들은 ‘더 센 당대표’를 원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히 처벌하고 단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내란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연스레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란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주의 강화도 재차 약속했다. 그는 “즉시 당원주권정당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당헌·당규를 정비하겠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 중 한 명은 평당원에서 뽑겠다. 전 당원 투표도 상설화하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란을 제대로 종식하고 이재명정부를 뒷받침하자는 게 당원의 뜻”이라며 “(정 대표가) 더 실천적으로 행동했던 내용이 있지 않겠나. 당원들의 뜻이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고양=성윤수 송경모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