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8·2 전당대회 승리는 민주당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체질이 변화했음을 극명히 드러내는 결과로 평가된다. 박찬대 후보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에서 우세했지만 정 대표는 당원 표심에서 더블스코어로 박 후보를 따돌렸다. 당 내부에선 “(당원들에게) 의원들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2일 열린 민주당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 권리당원 투표 결과에서 정 대표는 약 42만표를 획득해 득표율 66.8%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약 21만표를 얻으며 권리당원 표심을 33.52% 확보하는 것에 그쳤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 입김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대의원 투표에서 6951표를 얻으며 정 대표(6142표)를 앞섰지만 전체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내내 이재명 당시 대표와 호흡을 맞추며 당의 2인자로 각인했다. 전당대회 초반에는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은 박 후보에 있다”는 말까지 돌며 현역 의원들의 공개 지지도 많았다. 그러나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이 높았던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는 정 대표를 당해내지 못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결과로 우리 당이 당원 중심 정당이란 게 확실히 드러났다. 의원들이 그렇게 많이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안 되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의 말이 별로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당헌 개정에 나서며 당원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강화해 왔다. 국회의원의 조직력보다 일반 당원의 목소리가 더 힘을 내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도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15%로 줄이고, 권리당원 비율은 과반인 55%로 설계했다.
당내에서는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강성 당원 마음을 소구해 온 정 대표의 강성 메시지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와 박 후보 모두 야당을 겨냥해 완전한 내란 종식을 천명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당원들은 ‘더 센 당대표’를 원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히 처벌하고 단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내란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연스레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란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주의 강화도 재차 약속했다. 그는 “즉시 당원주권정당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당헌·당규를 정비하겠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 중 한 명은 평당원에서 뽑겠다. 전 당원 투표도 상설화하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란을 제대로 종식하고 이재명정부를 뒷받침하자는 게 당원의 뜻”이라며 “(정 대표가) 더 실천적으로 행동했던 내용이 있지 않겠나. 당원들의 뜻이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고양=성윤수 송경모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