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지도 반출’ 평행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정날 듯

입력 2025-08-03 18:41
사진=AFP연합뉴스

정부가 구글이 요구한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 여부를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을 블러(blur·가림) 처리하고 데이터 처리 서버를 국내에 두라는 정부 제안을 구글이 계속 거부하면서 관련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등에 따르면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오는 8일 회의를 열어 구글의 5000대 1 고정밀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요청 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글에 대한 고정밀 지도 반출은 18년 전인 2007년부터 이어져 온 해묵은 안건이지만 협의체는 최종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 구글이 지난 2월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하자 협의체는 5월 회의에서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 기한을 오는 11일까지로 60일 연장했다. 원칙대로라면 처리 시한을 사흘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반출 여부를 결정해 구글에 통보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결정을 한 번 더 미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초 정부는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관세 협상에서 지도 반출 논의가 제외되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전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 타결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도 등은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이번에는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며 그것은 우리가 방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 등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그동안 구글에 요구한 건 세 가지다. 지도에서 보안시설을 블러·위장·저해상도 처리하고, 좌표를 삭제하며, 보안시설 노출 시 바로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국내에 데이터 서버를 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해외 여러 곳에 분산된 자사 데이터센터에 고정밀 지도 자료를 보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반발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국내 모바일 지도 시장은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토종 애플리케이션(앱)이 구글맵을 누르고 지도 앱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호주·동남아·유럽 등 주요 국가에선 구글맵의 시장 점유율이 90% 안팎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 대한 지도 반출이 현실화할 경우 토종 플레이스(공간 기반) 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