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22장은 온통 죄악으로 물들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상을 낱낱이 열거합니다. 선지자는 허탄한 이상과 거짓 복술을 행했고, 제사장은 하나님의 성물을 더럽히며 율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고관들은 불의한 이익을 얻으려고 강탈을 일삼습니다. 백성들 또한 궁핍한 자를 압제하고 나그네를 부당하게 학대합니다.
본문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안타까움과 애통해하는 심정도 드러납니다. 죄악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지만 어떻게든 살릴 방법을 찾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멸망을 막아설 그 한 사람을 찾고, 또 찾는 하나님의 그 간절한 모습을 기록돼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 있습니까. “나는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는 사람일까” “하나님이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말씀할까” “예수님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하셨을까.”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매일같이 정답 없는 문제가 우리 삶을 덮칩니다. 진리는 왜곡되고 정의는 흔들리며 사람들은 점차 자기중심적 가치를 더 추구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건 점점 더 어렵고 외로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려고 몸부림을 쳐도 마음같이 쉽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은 이런 세태 속에서도 “성을 쌓고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설 그 한 사람을 찾고 또 찾는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그 한 사람’은 거창한 업적을 세운 위인이 아닙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입니다. 회사와 가정, 교회와 온라인 세상 속 댓글 하나에도 진실을 담으려 애쓰는 사람. 남들이 외면한 상처를 향해 눈을 돌리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생각 없이 말하지 않고 깊이 기도하는 사람.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지금도 부르십니다.
간혹 우리는 이런 푸념을 접합니다. “기도를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낀다. 기도는 해서 뭘 하나.” 이 말에 여러분은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매우 부족하고 연약한 내 모습, 이 모습으로 내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기도는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바뀐 내가 세상을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건 거창한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입니다.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말 한마디를 삼키고 소외 이웃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보는 용기. 세상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품은 채 살아가는 그 결심. 하나님은 이러한 인생을 통해 오늘도 이 땅을 회복해 가십니다.
참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와 주의 율례를 지키는 제사장, 공정한 고관과 주의 자녀답게 행하는 백성…. 내가 맡은 직임을 따라 당연한 일상을 사는 믿음의 사람을 주님이 찾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그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찾고 또 찾으십니다. 어쩌면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박은영 사관 (구세군포항교회)
◇박은영 사관은 한국구세군에서 행정 사역으로 26년간 사역했으며 현재 경북 포항의 구세군포항교회 목양담당 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 작지만 강한 교회, 작지만 영향력 있는 교회’란 표어로 김규한 담임 사관과 행복한 목회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