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강경 정청래 대표, 협치와 국민통합 리더십 절실하다

입력 2025-08-04 01:2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선출됐다. 정 대표는 이재명정부 첫 집권 여당 사령탑으로 야당일 때 대표들과는 그 위상과 역할이 다르다. 이전에는 여권을 상대로 대척점에 서기만 하면 됐으나 지금은 집권당 대표로서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특히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입법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할 책무가 있다. 또 국회 안팎에서 국민 통합적 행보를 통해 현 집권세력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포용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들은 그런 행보와는 거리가 멀어 우려스럽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기존의) 여야 개념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 요구가 높아질 것”이란 주장도 내놓았다. 아울러 “검찰·언론·사법 3대 개혁을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들에 속도전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집권당 대표가 제1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거나, 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것은 정국 안정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강경 대응할 태세다. 이는 단순히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제1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압도적 의석을 가졌기에 쟁점 법안 입법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인지 모르겠으나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힘자랑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나 혁신 측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후보들 간 혁신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하지만 내부 논쟁과 경선이 한창일 때 상대 당 대표의 휘발성 높은 발언은 오히려 혁신 저항세력만 도와주는 격이다. 벌써부터 여야 모두에서 초강경 지도부만 득세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일선 의원이나 법사위원장일 때와 지금은 역할이 다르다는 걸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야 의원끼리는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 싸우더라도 지도부 간에는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끝까지 협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의힘 지도부를 국정 파트너로 예우해 이미 여러 차례 만나 국정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한몸’이라는 슬로건으로 승리한 정 대표가 야당을 이렇게까지 적대시할 이유가 없다. 정 대표가 속히 강경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 전체를 보고 ‘큰 정치’를 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