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텅 빈 해변. 무료 제트스키 체험. 맥주 한 병에 0.6달러(830원).
지난달 개장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러시아인들은 리조트의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일주일짜리 관광상품의 가격은 북한 당국에 지불하는 1400달러(194만원)와 러시아 여행사에 내는 약 3만5000루블(61만4000원) 등을 합해 약 2000달러(278만원)였다.
러시아 관광객 13명은 지난달 7일 북한에 도착해 평양에서 사흘을 보낸 후 항공편으로 원산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대신 기차로 가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원산까지 약 200㎞를 10시간 기차로 이동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수의사 다리아 줍코바(25)는 “기차 창문으로 많은 구경을 했고 마을과 농촌 풍경을 보는 게 즐거웠다”고 WSJ에 말했다. 사진 촬영에 별다른 제한은 없었다. 줍코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사진을 올렸다. 항공편 취소로 이들은 현금 200달러를 환불받았다.
원산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텅 빈 넓은 해변을 마주했다. 모스크바 출신 아나스타샤 삼소노바(33)는 “리조트 전체에 손님이 우리뿐인 것 같았다”며 “서비스가 훌륭했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어디를 다니든 북한 직원이 따라다녔고 휴대용 스피커나 의자를 달라는 요청에 신속하게 응했다. 리조트에서 루블화는 받지 않았고 미국 달러, 유로, 중국 위안화로 예치금을 넣어야 했다. 가격은 원화로 환산 시 얼굴 마사지가 2만1000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호 플라스틱 모형이 64만6000원, 와이파이 사용 요금은 10분에 2400원이었다. 계산대에서 전자팔찌를 찍으면 예치금에서 자동 결제됐다. ‘방해하지 마시오’ 팻말을 호텔 문고리에 걸어뒀는데 미화원이 들어오는 등 운영에 미숙한 점도 있었다. 이번 주 두 번째 러시아 단체관광객이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원산행 여객기 직항 노선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