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정 혁신 방향인 ‘K이니셔티브’의 핵심 개념으로 ‘모순의 융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K팝 응원봉으로 비상계엄을 저지한 역동적 한국 민주주의처럼 상반된 가치나 요소를 창의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자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부처 혁신과제 개발 때도 이를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한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중앙부처 장차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약 28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주권정부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 비서관은 강의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묶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질적인 요소의 융합을 통해 세계가 주목할 ‘한국적인 것’을 정책으로 구현하자는 취지다.
조 비서관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 신라의 나당연합, 한국의 비빔밥 문화를 사례로 들며 기존의 진보·보수 이분법적 정책 구도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양측 의제를 아우르는 방식을 강조했다고 한다.
혁신과제 발굴 방식에서도 관 주도가 아닌 정부부처와 민간기업이 협업하는 ‘융합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대통령실은 이후 각 정부부처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한국형 혁신과제’를 연구·발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 개선이나 인사 혁신 등에 앞서) 공직자들이 먼저 ‘세계를 주도하는 사람’이라는 의지와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다”며 “이러한 의식의 전환에서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이 출발할 수 있다는 게 이재명정부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모순의 융합’ 개념은 앞으로 국가 브랜딩 전략 수립 과정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 “진행해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가 브랜딩 과정에서 스타트업 등 기업과 협업하는 아이디어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