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 부양과 과세 형평의 충돌… 삐걱대는 첫 세제 개편안

입력 2025-08-04 01:10

지난주 공개된 이재명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역풍을 맞고 있다. 기존 50억원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에 코스피가 하루 새 3.88% 급락했다. 이에 발끈해 국회에 올라온 양도세 기준 강화 반대 국민동의청원은 사흘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과세 형평성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투자자들은 “세금 회피 유발”과 “국내 증시 이탈 가속”을 우려하고 있다. 대주주를 판별하는 12월이 되면 양도세를 피하려 대량 매도세가 연출되면서 시장 구조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과거 10억원 기준 시절에는 개인 순매도 규모가 최대 3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2024년 말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매도 압력은 줄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또다시 연말 증시 급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세수 확보도 이루지 못하고 연말마다 증시 불안정을 반복할 가능성만 키우는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발표 하루 만에 대주주 기준 상향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과거에도 주가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하루 간격으로 나온 상반된 메시지는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만 키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증시 부양책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을 내세웠지만, 실상을 보면 이 제도 역시 투자자 행동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해당 혜택은 보유기간이 아닌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최근 3년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한 기업의 배당만이 대상이다. 한국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20%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 혜택을 받을 종목은 제한적이다. 결국 배당소득 분리과세라는 당근은 일부에만 돌아가고, 양도세 채찍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점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게 한다. 게다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며 상법을 개정해 놓고 증권거래세 인상 등 주식 투자를 위축시키는 세법 개정을 마구 몰아부치는 건 정책 모순이다. 과세 형평과 자본시장 활력이란 상반된 정책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