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인기가 여성복과 스트리트패션을 넘어 유아동복 시장으로 확장 중이다. 국내 브랜드들이 내수 성장을 발판 삼아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다. 결혼과 출산 적령기에 접어든 2차 에코붐세대(1991~95년생)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소비가 급증한 게 동력이 됐다. ‘K유아동복’이라는 새로운 흐름의 등장으로 분석된다.
3일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계 출생아 수는 10만604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유아동복 시장 또한 커지게 됐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키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출생 직후부터 24개월 미만 영아를 위한 ‘베이비’ 라인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의류(890%), 신발(1700%), 액세서리(3350%), 키즈용품(3220%)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10~30배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이모 고객’의 급부상도 눈에 띈다.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키즈 선물하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W컨셉의 선물하기 매출은 13배 뛰었다. 29CM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3개월간 ‘29선물하기’ 서비스 내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패션업계는 최근 상황에 대해 “골든타임이 도래했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결혼과 출산을 미뤘던 2차 에코붐세대의 출산 증가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두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 소비 확산 역시 한몫했다.
출생률 반등에 힘입은 프리미엄 키즈 수요 증가는 패션업계의 글로벌 확장세로 이어졌다. 한세엠케이의 ‘모이몰른’은 일본에서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134.8%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장 수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북유럽풍 감성 디자인과 고급 백화점 중심 입점 전략이 일본 MZ세대 부모에게 통했다. 일본 멤버십 가입자의 80%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K패션에 대한 관심사가 유아동복으로도 넓혀진 상황이다.
이랜드월드가 국내에서 독자 기획한 ‘뉴발란스키즈’와 미스토홀딩스가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휠라키즈’도 각각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해외 관광객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유아동복 시장은 2023년 1771억 달러(약 243조원)에서 2030년 2482억 달러(약 3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아동복 시장이 2030 소비층의 선물 수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모, 고모, 삼촌 등 확장된 가족 소비층의 참여는 K유아동복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