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예방치유단체 은구(NGU) 사무실은 얼핏 보기엔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보였다. 은은한 노란색 전구가 공간을 밝히고 있었고, 로스팅 기계와 커피머신 사이로는 여유로운 공기가 흘렀다. 남경필 NGU 대표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NGU 사무실을 찾은 날짜는 지난달 24일. 알려졌다시피 과거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남 대표는 201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아들이 마약 투약으로 논란을 빚자 ‘마약 퇴치 전도사’로 변신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 대표는 “하나님께서 내 아들을 책임지신다고 했다. 나도 하나님의 다른 아들과 딸들까지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마약에 빠진 이유를 ‘결핍’이라고 설명했다.
“중독은 어떤 형태로든 결핍에서 출발합니다. 가정폭력, 부모의 이혼, 성적 스트레스, 왕따…. 그런 작은 상처가 쌓이면 마음에 거대한 구멍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구멍을 술 도박 마약으로 메우려 하죠.”
남 대표는 2014년 부인과 갈라섰다. 결혼 25년 만이었고, 두 아들은 이미 성인이었다. 남 대표는 이혼이 자녀들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큰아들의 마약 사건이 터졌는데, 그때 한 목회자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보세요. 부모의 이혼은 나이가 몇 살이든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입니다.”
남 대표는 그제야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아들은 “아빠,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짧게 답했다. 둘째 아들에게도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남 대표는 “둘의 반응이 똑같았다. 진심으로 용서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큰아들에게는 이제 새로운 꿈도 생겼다. 마약중독자를 돕는 상담사가 되는 것이다. 그의 아들은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교도소에서 큐티(QT)도 하고 있다. 남 대표는 “예전엔 아들한테 성경 좀 읽으라고 잔소리를 엄청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며 “하나님이 ‘네 아들은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고, 나는 그 말씀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신앙을 ‘빽’이라고 표현했다. 남 대표는 “아들이 마약 탓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약을 하던 아들이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어요. 결국 제가 아들을 경찰에 신고했죠. 하나님이 그랬어요.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책임질게.’ 그래서 신고할 수 있었어요. 하나님이라는 ‘빽’을 믿었으니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거죠.”
남 대표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국내 최초의 마약 치유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겐 신앙이라는 무기가 있다”며 “1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프로젝트지만 제대로 만들면 K-마약치유 모델이 전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