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관세 제국주의’의 후폭풍

입력 2025-08-04 00:34

도널드 트럼프 2.0의 ‘관세 폭주’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히 ‘관세 이데올로기’를 넘어 ‘관세 제국주의’에 가까운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역적자 자체를 ‘미국의 일방적 손실이며 상대국의 부당한 이득’으로 간주하는 트럼프의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기인한다.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본질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어떤 도전도 불허하겠다는 것으로 경제 이슈는 물론 안보 등 기타 이슈까지 연계시켜 진행되고 있다. 각국은 이러한 정책이 국제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간과한 폭력적 정책이라고 비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정한 8월 1일까지 69개국이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한국도 앞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로 관세를 타결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 흑자국에는 15%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대미 투자 패키지 정도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멕시코처럼 기한이 무시되기도 하고, 펜타닐 비협조를 이유로 캐나다는 35%를, 브라질은 정치적 이유로 50%를 부과받기도 했다. 11% 실무 합의가 트럼프의 재가 과정에서 19%가 된 베트남도 있고, 유사 경쟁국을 상회하는 20%를 부과받은 대만도 있다. 그야말로 ‘트럼프식 기준’이 지배하는 결과다.

사실 트럼프식 기준에 따른 부작용 양산은 익히 알려진 바대로다. 관세가 미국 소비자의 직접 부담으로 이어지고, 미국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에 빠지고,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활동이 둔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활을 위한 미국 내 공급망 사슬 완성이라는 집착에 가까운 신념을 결코 접을 뜻이 없어 보인다.

특히 성과에 집착해 협상 결과에 대한 구체적 문서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정한 기준을 관철해 미국의 부활을 갈망하는 지지층에게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애국적 리더십의 상징으로 각인되길 바라는 면에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나 일본, EU 등의 거액의 대미 투자 패키지 내용에 대한 백악관과 각국 정부의 발표가 다른 이유이며,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한 ‘트럼프식 이해’를 우려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의도는 적아(敵我)를 구분하지 않고 일방적인 ‘힘의 미국’ 시대가 이끄는 무역 질서 재편에 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용지물이 됐듯 자유 시장 가치와 포용력을 내세운 미국에 대한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저항하면서 자국 중심의 연합 대응을 강조하고 있고, 신흥국 경제 협의체인 브릭스(BRICS)도 연합 자유무역 전선 구축에 열중이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은 FTA 체결에 합의했고, EU와 일본도 ‘경쟁력 동맹’ 출범에 합의하는 등 국제무역 재편과 관련된 후폭풍도 거세다.

통상국가 한국에도 무역이나 공급망 다변화 추구는 기본이며, 경쟁력 있는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도 계속돼야 한다. ‘디테일에 있는 천사’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