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역할·국방비 핵심 의제 되나… 정상회담에 쏠린 눈

입력 2025-08-02 00:02

한·미 외교부 장관이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린 양자회담에서 동맹 현대화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주한미군 역할 및 성격 조정 문제가 이르면 이달 중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비 증액 논의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동맹 현대화란 양국이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과 복합적 안보 위협에 맞게 동맹을 다듬는다는 개념으로, 미국은 그동안 북한 대응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문제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전략적 유연성’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방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은 주한미군이 북한 억제보다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 변화 논의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변화의 요인으로 국제정세 변화, 기술적 변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을 거론했다.

결국 이달 중 개최가 유력한 양국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역할 조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북 억제 임무에 묶인 주한미군을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등 역내 분쟁에 투입할 경우 대북 대응 태세에 공백이 생겨 한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중 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 후 미측은 “대만해협에 걸쳐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없었서는 안 될 요소였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밝혔지만, 우리 외교부는 대만 언급 없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부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미국 측이 동맹국에 역내 안보 책임 확대를 거론하며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도 동맹 현대화의 일환으로 꼽힌다. 양국은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 비중까지 요구하는 한국의 국방비 인상에 대해서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일단락 맺은 이재명 대통령은 4일부터 닷새간 경남 거제 저도로 하계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관세협상 타결 당시 매듭짓지 못한 안보 분야 협상과 관세 협상 세부사항 담판을 위한 전략 마련에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주말인 2일부터 거제 저도에 머물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고, 독서와 영화감상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최승욱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