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동맹 현대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동맹 현대화는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에 맞춰서 억지력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 역시 기존 대북 대응 중심에서 중국 견제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의 취임 후 첫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두 장관은 특히 변화하는 역내 안보 및 경제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대응에 집중했던 한·미동맹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길 원한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은 특히 북핵 대응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을 대만사태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동맹 현대화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간 외교 협의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도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주한미군 역할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국제정세 변화, 기술적 변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의 요인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관련해 공개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다만 “동맹국이 다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두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공감대도 재차 확인했다. 국무부는 두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국제 제재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증가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의 발표에는 북·러 협력에 대한 우려나 제재 이행 의지는 담기지 않았다.
두 장관은 또 “대만해협에 걸쳐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우리 정부는 두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언급하고, 대만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두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이내에 워싱턴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조율했다. 조 장관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점을 밝힌 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미측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송태화 이가현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