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넣은 그림 패널 한장… 러트닉 “그레이트 아이디어”

입력 2025-08-01 19:13
도널드 트럼프(왼쪽 다섯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미 워싱턴DC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양국 협상단과 기념촬영을 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결정적 돌파구 역할을 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한·미 양국 간 조선 협력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한 장의 ‘그림판’으로 미국 측에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마스가 개념을 설명한 가로·세로 1m짜리 그림 한 장의 패널은 명확한 숫자와 성과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향을 공략했다.

이 그림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단으로 만들어졌다. 출국 전날 김 장관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직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그림이 한 장 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복잡한 자료보다는 직관적인 그림 한 장이 미국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무진은 밤샘 작업을 하며 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스가 패널 외에도 ‘MASGA’ 문구를 새긴 모자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자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 붉은색 모자에 흰 글씨를 새긴 ‘MAGA’ 모자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 미국에 도착한 협상팀은 본국에서 보내온 그림 파일을 받아 현지에서 출력했다. 그림을 스티로폼 패널에 붙여 워싱턴 DC 미 상무부 청사로 옮겼다. 이동 중 패널 내용이 미리 유출되지 않을까 호텔에서 식탁보를 빌려 패널을 감쌌고, 스티로폼 패널이 부러질까 우려해 조심조심 협상장으로 옮겼다.

우리 정부 관세 협상단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패널을 보안을 우려해 식탁보로 감싼 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패널에는 한국의 조선 생산량 및 건조 능력, 투자계획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 패널에는 한국과 미국 지도 위에 조선소 등 생산 거점이 표시됐다. 또 현재 조선 생산량 및 건조 능력과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향후 투자 계획 등이 담긴 숫자가 다이어그램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표현됐다. 협상장에서 천을 벗기고 마스가 패널이 드러나자 시선이 집중됐다. 김 장관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입에서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는 우호적인 반응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첫 협상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아 조선 협력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러트닉 장관이 뉴욕 자택으로 협상단을 초청하면서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1일 지금까지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 진행한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해 기존에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조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새 관세율은 7일 0시1분 부터 발효된다.

행정명령 부속서에 명시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보면 한국은 15%로 돼 있다. 한국처럼 최소 상호관세율(15%)이 적용된 경제주체는 EU, 일본 등 40개국이다. 26개국에는 15%를 넘는 관세율이 통보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