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속옷만 입고 누워 저항… 특검 2시간 시도끝에 체포 무산

입력 2025-08-01 19:12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이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하기 위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저항해 체포가 무산됐다. 특검은 집행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를 자제 중이라면서도 “다음에는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특검은 체포 대상자가 전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으나,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에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오 특검보는 집행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이었다고 전했다. 특검은 오전 8시 30쯤 윤 전 대통령 체포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지만 결국 2시간여 만인 10시 50분쯤 빈손으로 빠져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옷을 입고 있다가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되자 수의를 벗었고 특검팀이 나가자 다시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다음 영장 집행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오 특검보는 “피의자에 대해 다음에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한 체포 집행을 완료할 예정임을 고지했다”며 “전직 검사, 검찰총장, 대통령으로서 피의자는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언론 브리핑을 가장한 인신 모욕의 장을 만들었다”며 “특검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IMS모빌리티, HS효성 관계자 등 총 8곳도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 일가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아내 정모씨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가 대주주였던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에 대기업 및 금융기관이 184억원을 투자했고, 이 중 46억원을 김씨가 차명 법인을 통해 빼돌렸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은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한 내란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의혹 등으로 내란방조 및 공모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수사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자료나 그 과정에서 필요한 조사 등을 하는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소환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일 한 전 총리를 소환해 조사하고 지난달 24일엔 그의 주거지와 국무총리 공관을 압수수색했다.

박재현 박성영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