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한국 골프장, 더 이상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다

입력 2025-08-02 00:18
막대한 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국내 골프장들이 늘어나는 추세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제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한국 골프장’

그린피를 경쟁적으로 인상해 위기를 자초한 한국 골프장이라는 모 언론사의 기사 내용 중 일부다. 실제로 국내 골프장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상당한 영업 이익을 올린 시기가 있긴 했다.

골프장 수가 턱없이 부족해 수요 과잉 현상이 극심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또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였다. 해외 골프 투어가 봉쇄되는 바람에 골프장들은 때아닌 ‘코로나19 펜데믹 특수’를 누렸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린피에도 골프장은 그야말로 불난 호떡집이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골프장 수는 524개다. 이용객수는 4741만명이다. 이를 1홀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평균 이용객은 4557명이다.

시장경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골프장 이용료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은 내려가고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면 가격이 올라 가는 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가 비싸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건 아직 수요가 더 많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골프장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은 아니라는 얘기다.

골프장 그린피는 고저가 아닌 적정한 수준인가, 아닌가로 가늠되어야 한다고 본다. 서비스와 코스 관리가 빼어난 골프장은 그만큼 투자를 했기에 그린피가 높은 게 당연하다. 반대로 종사원들의 제대로된 서비스는 커녕 코스 컨디션이 엉망인 골프장은 그에 상응하는 그린피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그린피를 책정한다면 당연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든 골프장들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악덕 기업인양 싸잡아 비난 한다.

우리나라 골프장 체계는 대중제, 비회원제(프리미엄 대중제), 회원제로 분류된다.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는 그린피 상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비회원제와 회원제는 상한선 제한이 없다. 관할 지자체의 개입없이 골프장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이렇듯 골프장 그린피는 골프장이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용객인 골퍼들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퍼들이 많이 찾는 인기 골프장은 그에 상응하는 그린피가 책정될 것이고 그 반대인 경우는 거기에 합당한 그린피를 내고 이용하면 된다. 골프장 등급은 그런 방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매겨져야 하는 것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골프장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홀당 공사비가 120억 원일 정도로 골프장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1400억 원을 투입해 2년전 18홀을 오픈한 A골프장은 작년 한 해만 80억 원이 적자였다고 한다. 년간 매출액은 100억 원이 채 안되는데 경상비와 급변하는 이상 기후로 인해 늘어나는 고정비, 그리고 금융 이자 부담까지 도저히 감당히 안될 정도로 적자폭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적자폭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런데다 갈수록 내장객마저 감소하면서 원래 책정됐던 그린피를 대폭 할인하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다. 구조적으로 골프장이 폭리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보도를 접하면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는게 골프장 종사자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모 골프 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코로나 19 펜데믹 이후 우리나라 골프장 18홀 라운드 평균 비용은 30만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린피 15만~25만원, 카트피 1인당 2만~3만원, 캐디피 1인당 4만 원 등이다.

여기서 간과된 것이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의 30~40%는 세금이라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마치 그린피가 모두 골프장 수입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문제다.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의 목표는 이윤추구다. 골프장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기는 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골프장 그린피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기본적인 경제 이론마저 무시한 일방적 견해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