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지켜냈지만 해석 온도차… 실행 과정에 성패 달려

입력 2025-08-01 00:02
AFP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이 마감 시한 코앞에서 극적 타결됐지만 관세율이나 대미 투자 규모 등 ‘큰 틀의 숫자’만 결정했을 뿐 각 항목의 세부사항은 규정하지 못했다. 한·미 협상 담당자 입에서 같은 내용을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올 만큼 추상적인 합의였다. 결국 합의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미 양국이 31일 합의한 상호관세 15%, 자동차 품목관세 15%는 경쟁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한국은 여기에 향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 협상 때도 다른 나라에 불리하지 않게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하는 등 레드라인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관세 협상의 세부사항을 정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한·미는 당장 투자펀드의 구조나 운용 방식도 구체화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발표 내용 중에선 일부 인식차도 드러났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국 펀드)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하며 정리한 비망록이 있다. 이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원문을 보면 ‘투자로부터 이익의 90%를 리테인(retain·보유)한다’고 돼 있다”며 “우리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차는 미국의 추상적인 협상 방식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김 실장은 “딜이 (구체적으로) 되지 않았다. 일본의 5500억 달러 펀드도 어떤 것을 투자·보증·대출하는지 항목별로 사인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비망록이란 방식으로 우리가 이해한 것을 적어 (증거) 확보를 해 놨다”면서도 “비망록에 사인하라 (했더니 미국은) 또 안 한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업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반면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한다고 SNS에 명시했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

협상안의 성공 여부는 결국 향후 실제적인 펀드 운영 과정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펀드가 구성되고 미국의 (펀드 운용) 담당 부처가 나온 뒤 ‘이행 협의단’이 구성되면 (협상안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그때는 충분하게 우리 입장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