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큰 어른’으로 꼽히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을 향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손 회장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건 2018년 2월 경총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손 회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기자회견에서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김태정 삼성전자 상무, 정상빈 현대차그룹 부사장, 박명식 HD현대 상무, 팽수만 LS그룹 상무도 참석했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수십,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고, 원청을 대상으로 한 하청 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은 협력 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와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골자다. 경제8단체가 지난 29일 공동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손 회장이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재계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는 뜻이다. 1939년생으로 최고령 경제단체장인 손 회장은 이달에만 8차례 여야 의원 등을 만나 노란봉투법 개정 중단을 촉구해왔다.
경제 8단체가 이날 공동개최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노란봉투법이 초래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벌어질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영향 분석이 매우 부족하다”며 “‘사업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에 포함돼 핵심 경영 판단을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등 법개정에 따른 파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