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산업계 “우려보다 선방”… 향후 품목 관세가 관건

입력 2025-08-01 00:35
국민일보DB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자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산업계는 “우려보다 선방했다”며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한 만큼 대미 경쟁력의 급격한 하락은 막게됐다는 평가다. 다만 철강에 대한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됐고, 반도체 등 전략산업 분야의 관세 리스크도 여전히 살아있어 향후 정부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는 31일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 경제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한다”며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경제6단체는 “이번 합의는 수출 환경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양국간 산업 협력 고도화를 위한 펀드는 우리 기업들이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우선 미국 시장에서 일본, EU와 비슷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며, 양국의 추가 논의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도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15% 관세로 상대적 열세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안도할 일이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협약의 세부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이 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50% 품목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한 철강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타국 협상을 보며 어느 정도는 결과를 예상했다”면서도 “고율 관세로 인한 수출 어려움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의약품 등 품목 관세 분야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품목 관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관세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유불리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실제 개별 기업에 가해질 추가 부담을 보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경쟁 요건을 크게 손상하지 않는 결과가 도출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품목별 관세 대상 분야와 관세조치 영향을 받는 업계를 위한 지원과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번 협상에선 한·미 FTA 내용이 고려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통상 실무 논의 과정에서 한·미 FTA라는 채널은 우리가 (최대한) 활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허경구 김지훈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