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윤석열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리는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ABCDEF 공약’ 관련 분야에 힘을 싣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중 A와 C, D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콘텐츠(Content)·방위(Defense) 산업 세제 지원이 강화된다. 전 정부 색채를 지우는 증세로 공약 재원을 마련하되 신산업 분야 세제 지원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은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세입기반 확충을 내걸었다. 맨 앞에 내세운 세목은 법인세다. 과세표준 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 포인트씩 인상해 대·중견·중소기업 모두 법인세를 더 내게끔 설계했다. 이를 통해 걷게 될 추가 세수는 4조5815억원에 달한다. 법인세 인하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최근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하면 정책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낮추기로 했던 증권거래세율도 내년부터 0.05% 포인트 높인다. 전제인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만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재부는 이 조치에 따른 세수효과가 2조33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 이 대통령 공약 사항인 신산업 분야는 세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AI 지원을 가장 먼저 적시했다. 생성형·에이전트 AI 등 5대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연구개발과 투자 세액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기업 규모별로 연구개발(R&D)은 30~50%, 투자세액은 15~3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총 세제지원 규모는 약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K콘텐츠 산업 세제 지원 방안도 담았다. 웹툰 콘텐츠 분야의 경우 소득·법인세를 10~15% 깎아주기로 해 100억원 규모 세제 지원을 할 계획이다. 방위산업 연구개발 비용도 기업 규모에 따라 20~40%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고용과 관련해선 통합고용세액공제 요건을 완화해 기업의 장기고용 유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고용이 줄면 세금 혜택을 다시 거둬갔지만 개편안은 고용을 유지하면 2~3년 차에 더 많은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대통령 공약이 다수 반영됐지만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공약한 조세지출 특례 정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일몰이 도래하는 72개 항목 중 종료·축소한 제도는 16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른 세수 확보분도 향후 5년간 연평균 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손대지 못한 대표적인 항목으로 올해 기준 4조3693억원 규모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특례가 꼽힌다. 이미 정책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에도 10차례나 연장된 이 특례는 이번에도 정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1차관은 “이번 세수 확보분은 지난 5년 평균값과 비교하면 굉장히 큰 규모”라고 했다.
세종=이누리 김혜지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