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권 일방 개혁 드라이브에… ‘배임죄 완화’ 직접 나선 대통령

입력 2025-07-31 18:56 수정 2025-07-31 23:53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주제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 공직자 워크숍에 입장하며 최동석 인사혁신처장과 인사하고 있다. 최 처장은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연일 새로 드러나며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배임죄 완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그동안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4%→25%) 등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한·미 관세 협상 등으로 기업 협조가 절실함에도 지나치게 개혁 일변도로 나서는 데 대한 부담감에 따른 것이다. 의원들이 앞다퉈 개혁 법안은 내놓았지만 그동안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배임죄 완화에 대해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배임죄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의원들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 때부터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당에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형법상 배임죄 조항과 이중처벌 문제가 있고, 범죄 구성 요건이 모호해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도 있어 경영 판단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대통령 의중은 궁극적으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고의적 사익 편취 등 대법원이 판시한 문제를 유형화해 상법에 규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배임죄 폐지는 공포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나아가 여당에서는 노란봉투법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경제 개혁 법안과 달리 배임죄 완화 같은 친기업 성향 법안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이 크다. 최근 특별배임죄 폐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는데 공동 발의한 한 의원들에게까지 낙선운동 등을 운운하는 지지층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선 처벌 걱정에 위험 감수를 꺼리는 기업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는 배임죄 완화에 대한 평소 소신도 작용했다.

민주당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기업과의 여러차례 비공개 간담회 등을 통해 그동안 배임죄 폐지를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다. 특별배임죄 처리는 단계를 나눠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배임죄 남용 방지 등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