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춰 전력망 인프라를 지역 단위 소규모 전력망 중심으로 전환하고, 더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양방향 계통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만간 추진되는 광역 단위 실증 사업의 첫 무대로는 전남 지역을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향’을 31일 발표했다. 차세대 전력망이란 각 지역의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산에너지를 AI 기술로 제어해 전력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전국 단위로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지역 단위로도 소규모 전력망을 촘촘하게 깔아 놓겠다는 것이 이번 차세대 전력망 구상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분산에너지 시대에 걸맞은 전력계통을 구축하는 차원이다. 기존 전력망은 대형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국의 수요처로 전달하는 단방향 중심이었다. 반면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가까운 수요처로 전송하고, 남는 전기를 다시 송전망으로 보내는 양방향 계통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실현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훨씬 유리한 체계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국내 최대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전남 지역을 차세대 전력망의 첫 실증 무대로 삼기로 했다. 먼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전기사업법 및 전력시장 관련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 장주기 ESS 등 핵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붙인다. 지역의 산업단지나 대학 캠퍼스에는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관련 기술을 다양하게 실증한다. 철강 산단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해 잉여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차세대 전력망 로드맵은 이호현 산업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이 출범하는 1~2주 후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약 2000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