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없는 프로야구 올들어 17 무… ‘승부치기’ 도입 승패 가리나

입력 2025-08-01 01:04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프로야구의 흥행 비결 중 하나는 과감한 변화다.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먼저 시행한 피치클록을 수용했고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다음 과제로는 ‘승부치기’ 제도 도입이 거론된다. 야구계에선 국제적 추세에 맞춰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3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날 기준 2025 KBO리그에서 17차례 무승부 경기가 나왔다. 2023년 12번, 지난해의 10번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30일에는 2경기가 무승부였다.

KBO는 12회까지 진행하던 연장전을 올 시즌부터 11회로 축소했다. 피치클록 도입에 따른 투수들의 체력 부담을 우려한 조치였다. 연장전 축소는 리그 ‘스피드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경기의 재미를 더하려면 빠른 승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터다.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3분으로 전년도 대비 10분가량 단축됐다.

문제는 연장전 축소로 무승부가 잦아져 경기 몰입도와 재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극적인 ‘끝내기’ 장면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것이 승부치기다.

승부치기는 이미 세계 야구의 흐름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 도입돼 있다. MLB는 2020년부터, KBO 퓨처스리그(2군)는 2023년부터 승부치기를 하고 있다.

승부치기는 선수 보호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우리 투수층은 두터운 편이 아니다”며 “승부치기를 도입하면 경기가 10회에 끝날 가능성이 커진다. 12회까지 가는 것보다 체력 소모 방지와 부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A구단 사령탑은 “올해는 11회로 줄어든 연장전에 적응할 시기다. 승부치기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B구단 감독은 “감독으로서는 경기 결과가 결정 나는 것이 좋다”며 “승부치기 때의 새로운 작전이 경기의 묘미로 작용해 박진감을 줄 수 있다. 무사 주자 1, 2루가 과하면 무사 2루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에 동의하지만 시행에 앞서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처럼 승부치기도 2군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쌓은 뒤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도환 해설위원은 “승부치기 도입 시 투수의 승패, 자책점 등 기록에 대해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O는 이전부터 승부치기 도입을 논의해 왔으나 현장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KBO 관계자는 “승부치기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언제든 안건으로 상정돼 재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준 박구인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