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불편하네”… AI, 광고시장 흔들지만 ‘거부감’은 벽

입력 2025-08-01 00:20
인공지능(AI) 기술이 광고 시장도 흔들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 장소나 모델 섭외는 물론, 촬영조차 필요가 없다보니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AI로 제작한 상업 광고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문제는 소비자가 느끼는 ‘본능적 거부감’이다. AI 광고라는 점을 인식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 감정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AI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의 불쾌감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광고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LS그룹은 지난달 20일 AI로 영상과 음향을 만든 전력 시스템 광고를 공개했다.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 브랜드도 탁구선수 신유빈을 AI로 구현해 광고를 완성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우유가 지난해 4월 광고에서 배우 박은빈의 아역 시절 모습을 AI로 재현했을 당시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너무 똑같아서 무섭다” “기괴하다” 등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AI로 생성한 콘텐츠나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지난 1월 전 세계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는 콘텐츠나 광고에서 AI를 활용한 부분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또 AI로 만든 콘텐츠 및 광고를 인지한 소비자 중 55%는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AI 광고를 외면하기 어렵다. 광고 업계도 적극적으로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어도비는 29일(현지시간) 콘텐츠 플랫폼 젠스튜디오에 광고 제작을 위한 AI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어도비 측은 기존 영상을 다양한 광고 형식에 맞게 자동으로 재구성하거나, 정지된 이미지로 짧은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도 지난 9일 ‘AI 전속 모델 상품’을 출시하고 30종에 이르는 AI 모델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AI 광고를 포기할 수 없다면, 소비자의 불쾌감을 해소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대중이 AI 광고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되는 ‘감성’ 추구형 광고가 아닌 정보 제공 중심의 광고로 접근해보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광고에서 많이 활용하는, 젊고 외모가 뛰어난 모델보다는 다양성을 구현한 모델이 거부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