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SPC그룹 계열사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근로자 A씨의 끼임 사망사고는 2년이 다 되도록 수사가 종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A씨는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들어 올려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반죽 기계에 끼여 숨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이강섭 전 샤니 대표이사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여부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의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이 전 대표 등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 수가 1000건을 넘어섰지만 이 중 상당수가 여전히 송치되지 않은 채 장기간 수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1일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중처법 수사 착수 사건 현황에 따르면,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고용부는 총 1091건의 중처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처리된 사건은 389건(35.6%)에 그쳤다. 이 중 송치된 사건은 236건에 불과했다. 153건은 내사종결됐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6월까지 717건의 중처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해 223건을 처리했다. 이 중 송치 건수는 128건, 내사종결은 9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간 수사 착수 건수는 374건이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처리된 사건은 166건, 추가 송치된 사건은 108건에 그친 셈이다. 중대재해 발생 속도에 비해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 장기화는 피해자와 기업에 모두 부담이 된다. 산업재해로 질병과 부상에 시달리는 노동자나 사망자의 유족은 사고 원인과 책임자를 신속히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수사가 길어질수록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중처법 위반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달리 경영책임자의 법적 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까지 입증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구조라 송치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수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처법 수사 장기화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 부처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의원은 “노동부는 수사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고 근로감독관을 지휘하는 검찰은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전문성을 높여 수사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