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규모 펀드, 보증·대출·투자 순으로 구성”

입력 2025-07-31 18:38 수정 2025-07-31 23:51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펀드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특화 펀드로, 미국의 전략적 관심사를 겨냥한 협상 카드였다. 정부는 지지부진하던 협상 중반 선제적으로 미국에 이 카드를 제안해 협상 분위기를 전향적으로 반전시켰다. 나머지 2000억 달러 펀드는 직접 투자보다는 금융 보증 중심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확대”라며 “우리 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특화 펀드는 다른 경쟁국보다 협상 속도가 느렸던 후발주자 위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다. 당초 투자 및 구매 논의에 매몰됐던 미·일 협상에서 펀드 형식이 등장하자, 이를 활용해 더욱 구체적인 특화 펀드를 제안한 것이 적중했다. 김 실장은 “미·일 관세 협상 결과를 분석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펀드가 아닌 조선업이라는 구체적으로 특화된 펀드를 제시하게 됐다”며 “우리 정부는 개별 외교라인 등을 통해 양쪽(미·일)의 모든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조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와 원전·이차전지·바이오 등으로 꾸려진 일반 펀드로 구성됐다. 부문별 투자 액수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펀드 형태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금융 보증 위주로 구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실장은 “비중으로 보면 보증이 제일 많고, 그다음은 대출, 투자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례를 참고해서 에쿼티(투자), 론(대출), 개런티(보증)를 다 포함한다는 것을 비망록에 적어놨다”며 “2000억 달러를 전부 직접 투자하는 식의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펀드구조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