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증세로 방향을 틀었다. 먼저 전 정부의 각종 감세 조치를 원상회복시켰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4%에서 25%로 다시 올렸고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원위치시켰다. 반면, 인공지능(AI)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해 세제를 지원하고 금융권의 이자수익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은 새롭게 등장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확장 재정,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 마련에 중점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개편안으로 5년간 35조6000억원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세수 결손액만 87조원이었기에 새 정부 증세 방향 자체를 뭐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올해 경제 기초체력이라 할 잠재성장률이 처음 1%대로 하락할 전망인데 법인세율부터 재인상키로 한 것은 성장을 이끌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삼성전자가 52년만의 적자로 지난해 법인세를 못 낸 것에서 보듯 법인세 감소는 세율보다 경기 악화 영향이 컸다. 기업이 뛰어 돈을 벌고 투자하도록 규제 완화를 해주는 조치가 우선 아닌가.
은행 등이 벌어들인 이자·배당금·수수료 등 수익금액이 1조원을 넘으면 교육세를 기존의 0.5%에서 1.0%로 두 배 올리기로 한 건 일종의 ‘금융권 표적 증세’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은행의 막대한 이자수익은 정부의 관치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은행 수익을 저출생으로 재편 필요성이 큰 교육세 명목으로 떼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에 비해 지출 구조조정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세금 감면혜택이 끝나는 72개 제도 중 폐지되는 항목은 7개뿐이다.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조세감면 정비 공약에도 크게 못 미친다. 증세든 감세든 진영 논리가 아닌 실용, 철저한 효과 검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국회 후속 조치를 통해 민생과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바람직한 세제를 완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