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숨결 같은 말씀이 누군가 마음에 스며들길”

입력 2025-08-01 03:16
김희정 사모가 최근 충남 예산의 한 카페에서 인스타그램 채널 ‘그림 숨’에 연재 중인 묵상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쪽은 그가 직접 그린 묵상 일러스트.

한 여인이 한적한 시골길을 킥보드로 경쾌하게 달린다. 붉은 모자에 진청색 재킷, 흰 치마와 검정 운동화를 신고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다. 그 위로 ‘하나님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시지만, 결코 늦지 않으신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나님의 완전한 타이밍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다’의 가치를 일깨우는 듯.

인스타그램에서 수천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한 이 그림의 주인공은 충남 예산군에서 개척을 준비 중인 목사 남편과 동행하는 김희정(43) 사모다. “하나님 숨결 같은 말씀 한 구절이 단 몇 명의 마음에라도 잔잔히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 숨’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열어 그림을 올려왔다는 그를 최근 예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사모는 “어느 날 문득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거창하거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묵상 그림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그의 그림엔 그날그날의 일상과 솔직한 감정이 담백하게 담긴다. 아이패드 하나 들고 도서관이나 바닷가를 찾아 속상함, 답답함, 감사함 등의 마음을 그대로 하나님께 털어놓고 그 안에서 받은 은혜를 표현하는 식이다. 일상 자체가 묵상인 셈이다.

그의 삶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10대 시절 그는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출을 반복하던 학교 밖 아이였다. 김 사모는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황하다 스무 살에 친오빠 전도로 처음 교회를 찾았다”며 “따뜻한 환대와 다정한 언어로 다가오는 교인들을 보며 ‘이들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신앙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교회는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집이 됐다. 이후 방황을 멈추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김 사모는 “교회에서 먹고 자며 입시를 준비할 때 집사님들의 따뜻한 돌봄과 사랑이 큰 힘이었다”며 “복음 안에서 완전히 새사람이 됐다. 사도바울이 ‘예수님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다’는 진리를 그때 온전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교회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침례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역자의 길을 걷는 남편을 따라 사모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림에 본격적이 된 건 부교역자로 헌신하는 남편을 돕고자 ‘땅지공방’이라는 블로그를 열면서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이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그가 제작한 일러스트, 스케치 액자, 캘리그라피 말씀 등의 작품은 큰 호응을 얻었다. 출판사 ‘토기장이’의 말씀 카드, 성경 묵상 앱 ‘쫑끗’, 뮤지컬 ‘요한계시록’ 굿즈 제작과 같은 협업도 이뤄졌다.

김 사모는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믿음의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어나서부터 천국까지의 신앙 여정을 담은 그림책을 그려보고 싶다”며 “무엇보다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고 그분께 귀하게 쓰임 받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예산=글·사진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